
🍂 9월은 잔인한 달? 주식도 계절을 탄다

최고 기온이 30도 밑으로 떨어지면서 날씨가 점점 시원해지고 있습니다. 가을이 가까워진 것이 부쩍 느껴지는데요. 계절이 바뀔 때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거나 울적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계절을 타는 건 사람만이 아닙니다. 주식도 계절을 타죠. 특정 계절이나 시기에 따라 증시도 사람 마음처럼 요동칩니다. 이를 캘린더 효과라고도 하는데요. ‘1월 효과’, ‘9월은 잔인한 달’과 같은 표현이 나온 이유입니다. 오늘은 주식 시장의 계절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주가가 오를 때는?
새해가 시작되는 1월과 연말 시즌에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차올라 주가도 덩달아 올라갑니다. 서머랠리와 산타 랠리처럼 특별한 시즌에 주가가 올라가는 경향도 있죠. 또 찬 바람이 불어 겨울이 가까워지면 배당주가 인기입니다. 한편, 시즌이 아니라 달이 바뀌는 시점에도 주가가 움직이는데요.
⛄️ 1월 효과: 다른 달보다 1월에 주가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해가 바뀌었으니,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막연한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죠. 반면 특정한 원인이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먼저 새해에는 모든 국가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합니다. 그 정책에 대한 기대가 모이면서 관련된 종목들의 주가가 크게 올라가는 거죠. 더불어 기관 투자자들은 연말에 주식을 팔아서 한 해의 성과를 마무리하고, 새해에 다시 포트폴리오를 꾸립니다.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증시를 끌어올린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 서머랠리: 여름을 뜻하는 ‘서머(summer)’와 경주를 뜻하는 ‘랠리(rally)’를 합친 말입니다. 초여름인 6~7월에 주가가 올라가는 현상인데요. 큰 자금을 굴리는 펀드 매니저들의 여름휴가 때문에 발생합니다. 펀드 매니저는 보통 여름휴가 전에 미리 주식을 많이 사두고 휴가 기간에는 거래를 쉬죠. 그래서 보통 휴가 시즌 직전에는 주식 매수 물량이 많아지고, 휴가 기간에는 매도 물량이 줄어들어 주가가 올라갑니다.
💨 찬 바람 불면 배당주를 사라: 보통 배당을 주는 기업은 한 해의 실적이 확정되는 연말을 기준으로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합니다. 따라서 연말에 배당을 많이 주는 종목을 사두라는 뜻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찬 바람이 불 때 배당주를 담아두면, 배당과 시세 차익 모두 얻을 수 있는데요. 연말에 주주 자격을 얻어 배당금을 받고, 주주총회가 열리는 봄에 되팔아서 시세 차익을 남기면 되죠. 특히 한국은 분기별이 아닌 1년에 한 번 배당금을 지급하는 종목이 많아 한국 증시에 잘 맞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 산타 랠리: 연말인 11~12월에 주가가 올라가는 현상입니다. 크리스마스를 끼고 있기 때문에 산타 랠리라는 이름이 붙여졌죠. 1월 효과처럼 특별한 호재 없이도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요인으로 발생합니다. 연말에는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각종 보너스를 지급하고 선물을 사기 위해 소비가 늘어납니다. 이에 관련 기업의 실적도 올라가는데요. 기업의 전망이 좋아지면 투자자들의 심리도 긍정적으로 변해 주가가 올라가는 거죠.
🗓️ 월말 월초 효과: 달이 바뀌는 시점에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입니다. 직장인의 월급날이 보통 월말에 몰려 있어, 월말에 증시와 펀드로 자금이 많이 흘러들어와 나타나죠. 매달 말에 주식을 사서 월초에 파는 전략이 나온 이유입니다. 실제로 올해 코스피 지수는 1월에서 2월을 제외한, 모든 달이 바뀌는 시점에 올라갔습니다.
주가가 떨어지는 때는?
반대로 주식 투자에서 물러나야 할 때도 있습니다. 5월부터 10월까지 주가가 내려가는 현상이 포착되는데요. 특히 9월은 가장 수익률이 낮은 달로 꼽힙니다. 기업에 이슈가 있을 때는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주가가 떨어지는 일도 나타나죠.
🌹 5월에 팔고 떠나라: 역사적으로 11월부터 4월까지는 주가가 강세를 보이다가 5월부터 10월까지는 빠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연말·연초 효과가 사그라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인데요. 따라서 5월에는 주식을 팔고 투자를 쉬었다가, 11월부터 투자를 다시 시작하라는 뜻의 표현입니다. 지난 10년간 코스피 월별 평균 등락률을 보면, 5~10월 등락률이 11~4월보다 낮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3~2022년 코스피 월별 평균 등락률 © 한국거래소
🍃 9월은 잔인한 달: 9월은 1년 중 증시 성적이 가장 부진한 달로 꼽힙니다. 우선 기업 실적 발표와 같이 주가가 올라갈 만한 이벤트가 거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또 과거 여름휴가에서 돌아온 펀드 매니저들이 주식을 몰아서 팔아치운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져 있죠. 실제로 1997년부터 2021년 8월 말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의 평균 수익률이 각각 -1%, -2% 밑으로 떨어진 달은 9월뿐이었습니다.
📉 주말 효과: 주말을 지나 월요일에 주가 하락이 많은 현상입니다. 보통 기업들은 안 좋은 뉴스를 금요일 장이 마감한 후 공시하는데요. 주요 경제 지표 역시 금요일 밤이나 주말 사이에 발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안 좋은 소식을 들은 투자자가 주말이 지나고 매도에 나서 월요일에 주가가 하락하는 거죠.
사실일까, 속설일까?
지금까지 살펴본 현상들은 사실이 아니라 속설에 그친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과거 증시의 경향을 바탕으로 나온 말이라 지금 상황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또 섹터별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표현도 있죠. 다만 올해 역시 잔인한 9월이 될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데요.
😨 막연한 기대만으론…: 경기 침체 등 악재가 있으면 1월 효과와 산타 랠리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작년 말, 올해 1월이 그랬는데요. 미국 연준의 긴축 의지와 기업들의 어두운 실적 전망으로 증시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죠. 작년 12월 한 달 동안 코스피 지수는 오히려 9.82% 떨어졌습니다.
📊 섹터마다 달라요: ‘5월에는 팔고 떠나라’라는 말도 특정 섹터에는 적용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시기별로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5~10월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기로 여겨지는데요. 1990년부터 이 시기를 살펴본 결과, S&P500 필수 소비재와 헬스케어 종목의 주가는 오히려 평균 4.5% 올라갔습니다. 투자하는 종목에 따라 눈여겨봐야 할 시기가 다른 거죠.
🤔 올해도 잔인한 9월?: 올해도 9월이 잔인한 달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우선 유가가 치솟고, 미국의 금리 인하도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여 역시 9월이 힘든 달이 될 거란 주장이 제기되죠. 반면 반도체, 기계 등의 종목은 다를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반도체는 2010년·2015년·2020년 이후 전 기간에 걸쳐 9~10월 두 달간 코스피 등락률을 앞섰던 업종입니다. 또 10월 중국의 국경절을 대비해 재고를 축적하려는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이에 IT 기기 판매량이 늘어나 9월 IT와 반도체 부문의 수출이 증가할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