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습니다. 지난 6월 70달러 안팎에서 움직였던 유가는 이제 90달러 선에서 움직이는데요. 석유를 생산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올해 말까지 감산을 연장하겠다고 나서면서 유가를 끌어올린 겁니다. 이에 휘발유 등 기름값도 연말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되죠.
최근 6개월(2023.4.3~2023.9.26) WTI 가격 추이(단위: 배럴당 달러) © 한국석유공사
기름값이 올라 등골은 휘지만, 투자자들은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원유 투자에 뛰어들기 좋은 타이밍이기 때문이죠. 오늘은 원유 투자 방법에 대해 같이 알아볼까요?
원유 개념 총정리
석유, 원유, 휘발유…. 각각이 무엇인지 헷갈릴 때가 많은데요. 석유라는 개념 안에 원유와 휘발유가 포함됩니다. 원유는 다양하지만,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원유는 벤치마크 오일이라 합니다. 벤치마크 오일은 특정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가격이 결정되죠.
🛢️ 석유? 원유?: 석유가 가장 큰 개념이고, 그 안에 원유가 들어갑니다. 석유는 땅속에서 만들어진 액체 또는 기체 상태의 기름입니다. 이 석유를 땅속에서 파내, 가공하지 않은 상태를 원유라고 부르죠. 이 원유를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휘발유, 경유 등으로 나뉘는 것입니다.
📌 벤치마크 오일: 원유의 종류는 생산지에 따라 다양하지만, 국제 유가를 결정하는 원유는 3개의 벤치마크 오일입니다. 먼저 서부텍사스산원유(WTI)입니다. 미국 서부 텍사스에서 생산되는데요. 세계 원유 시장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아 국제 유가를 결정하는 지표로 통합니다. 두 번째 벤치마크 오일은 브렌트유로, 영국 북해에서 생산되는 원유죠. 마지막으로 두바이유인데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 생산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하는 원유로, 수입 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 원유 거래 방법: 실제 원유를 보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원유는 주로 현물이 아닌 선물로 거래됩니다. 이때 특정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가격이 정해지는데요. WTI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됩니다. 단, 두바이유는 주로 현물로 거래됩니다. 거래소를 거치지 않는 당사자 간 직거래가 일반적이죠.
유가가 정해지는 원리
유가는 어떻게 움직이는 걸까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정해집니다. 여기에 지정학적 이슈도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인데요.
✋ 수요: 석유는 모든 산업에 깊이 연관돼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 경제가 활성화될수록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 유가가 올라가죠. 뉴스에 ‘경기 회복’이라는 표현이 나오면 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입니다. 더위나 추위로 냉·온방 수요가 늘어도 원유 가격이 올라갑니다. 반면,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 수요가 줄어 가격이 내려가는데요. 또 특정 국가가 친환경 정책을 발표하거나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 석유 수요가 줄어들기도 합니다.
👐 공급: 석유의 공급은 원유를 생산하는 산유국의 생산량에 따라 결정됩니다. 산유국의 모임인 OPEC+는 정기 회의를 통해 석유 생산량을 정하는데요. 여기서 감산을 결정하면 유가가 올라가고, 반대로 증산을 선택하면 내려갑니다. 이번에 유가가 폭등한 것도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자체적으로 감산을 연장했기 때문이죠.
💥 지정학적 이슈: 유가는 지정학적 이슈에도 민감합니다. 기름이 나오는 국가는 한정돼 있어, 원유 생산이 곧 권력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작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 유가가 130달러를 넘어선 것이 대표적입니다. 전쟁으로 러시아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거란 우려가 퍼졌기 때문입니다.
원유에 투자하는 법
원유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원유 선물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 원유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건데요. 선물에 투자할 때는 선물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움직인다는 것과 롤오버 비용, 괴리율에 주의해야 합니다.
🎁 원유 선물에 투자: 원유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원유 선물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죠.
💡 ETF와 ETN의 차이는?: 둘 다 기초자산을 추종하고 주식처럼 시장에서 거래되지만, 차이점도 분명합니다.
- ETF는 자산운용사가 발행하는 펀드입니다. 만기가 없고 환매를 원한다면 시장에서 바로 팔아 현금을 얻을 수 있죠. 다만 기초지수를 열 종목 이상으로 구성해야 하는 등 운용에 제약이 많은 편입니다.
- ETN은 증권사가 발행하는 만기가 있는 상품입니다. 제약이 적어 다양한 기초자산에 유연하게 투자할 수 있죠. 그런데 채권과 성격이 비슷해 발행한 증권사가 부도나면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 선물 투자 주의점: 우선 수익률이 선물 가격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단순히 유가가 2배 올랐다고 2배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죠. 또 롤오버 비용으로 생각보다 실제로 얻는 수익률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투자하기 전 ETF와 ETN의 괴리율도 확인해야 하는데요. 괴리율은 시장 가격과 실제 가치 간의 차이입니다. 괴리율이 낮으면 상품이 저평가된 것이고, 높으면 고평가된 거죠. 괴리율이 1%(해외 ETF는 2%)를 넘어서면 주의해야 합니다.
💡 롤오버 비용이란?: 선물은 한 달마다 만기가 돌아옵니다. 따라서 원유 선물 파생상품은 원래 가지고 있던 선물을 만기가 먼 선물로 교체하는데요. 이 과정이 롤오버입니다. 이때 교체하는 선물의 가격이 보유하고 있던 선물보다 더 높으면 비용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손해를 볼 수도 있죠.
🏢 원유 관련 기업에 투자: 원유 생산 기업이나 정유사 관련 ETF 및 펀드에 투자하는 방법입니다. 원유 선물은 변동성이 커 장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은데요. 원유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면 선물에 비해 변동성이 적어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제 유가의 움직임이나 에너지 산업의 흐름을 꾸준히 살펴야 합니다.
원유 관련 주요 금융상품
국제 유가 전망
최근의 유가 오름세는 계속될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이 오름세를 타고 안전하게 투자하기 위해서는 기본 선물 상품에만 투자하는 것보다는, 인버스 상품이나 원유 관련 기업 상품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한데요.
📈 상승세 이어진다: 유가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주요 산유국이 공급량을 줄이고 있지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원유 수요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죠. 따라서 유가가 고점을 찍었다는 판단에 섣불리 인버스 ETF에만 돈을 쏟아붓는 건 조심해야 합니다.
💡 인버스 상품이란?: 기초지수를 반대로 따라가는 상품입니다. 지수가 내려갈수록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죠. 유가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일반 상품과 함께 투자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 투자 병행하기: 한 방향으로만 투자하는 것보다는 인버스 상품과 원유 관련 기업에도 함께 투자해 리스크를 헤지하는 방법이 추천됩니다. 지금 유가는 지정학적인 이슈에 따라 요동치고 있는 만큼, 언제 분위기가 뒤바뀔지 알 수 없다는 분석이죠.
석유 산업의 전문가 대니얼 예긴은 ‘석유는 인기 있는 투기의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투기라고 불릴 만큼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것이 원유 투자인데요. 단, 안전하게 투자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앞서 소개했듯 원유 관련 기업에 투자하거나, 인버스 상품에 분산투자하는 거죠. 이렇게 리스크를 줄여 나가며 ‘오일머니’를 벌 수 있길 응원하겠습니다!